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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리고 너(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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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416회 작성일 19-09-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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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에 대한 세 번째 대응 방식은 ‘회피의 방식’이다.  이런 사람은 어려운 상황을 불러오거나 혹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타인과 거리를 두는 방식을 선택한다.  이들은 외부적으로는 침착하고 소신 있는 것처럼 보이며, 내면적으로는 관찰자의 역할을 선호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들은 번민을 해소할 길이 없다.  번민을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혼자 힘으로 해결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은 가능한 한 까다로운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음으로써, 비경쟁적이고 이상화된 자아의 망상을 보존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을 제발 가만히 놔두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혼자 있게 되면 소외감에서 오는 공허함을 견딜 수 없다.

당신은 앞에서 살펴본 세 가지 삶의 방식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  많은 이들이 지금도 적대적인 세상에서 고립감과 무력감을 지니거나, 타인을 통제하고자 하는 번민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때로 자신이 만든 이상적 자아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앞에 언급한 망상들에 빠져들기도 한다.  우리는 지금도 자아를 숨긴 채, 이상화되고 거짓된 자아를 만들고 있다.  나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  거짓 자아를 중심으로 살아가기에 계속 허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현대인이 방어적 대인 관계와 망상적 자아 수준에 묶여 살아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나’이다.  그리고 ‘나’를 바탕으로 만나는 ‘너’다.  ‘너’ 때문에 힘들다면 그 문제는 ‘나’에서부터 풀어야 한다.  니체가 표현한 대로 “만일 당신 스스로 살아야 할 이유를 느낀다면 당신은 어떤 일이든 견뎌낼 수 있다.”

살아가다 보면 거리를 두고 싶은 ‘너’가 있고, 가까이 하고 싶은 ‘너’가 있다.  ‘너’ 때문에 힘들기에 ‘너’에 대한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어려움이 해소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찬찬히 되새겨 보면 ‘너’보다는 ‘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리아와 마르타 중, 예수님은 마리아를 칭찬하신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루카 10,42 ‘너’를 챙기는 데 온통 정신을 빼앗기지 말고, 먼저 ‘나’를 바로 세우라는 말씀이다. 내가 올바로 서는 것이 타인 중심적 삶보다 먼저라는 말씀이다.  내가 올바로 설 수만 있다면 타인과의 올바른 관계는 그 뒤에 저절로 따라온다.


· 최의영 안드레아 신부( 동아시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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