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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약우(大賢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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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353회 작성일 19-11-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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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말을 좋아하는 왕이 있었다. 그 왕이 어느 날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말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천리마를 가지고 싶었던 왕은 신하들을 전국 각지로 보내 수소문했다. 하지만 원하는 천리마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왕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갔다. 이때 한 신하가 자신에게 황금 500냥을 주면 천리마를 가져오겠다며 호언장담했다. 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거금을 내어 주었다.

   몇 개월 후, 신하는 천리마를 구했다며 왕 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그의 손에는 말 뼈 하나만 들려있는 것 아닌가. 왕이 물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 이것이 바로 천리마의 다리뼈입니다. 황금 500냥을 주고 샀습니다.”  왕의 분노가 폭발했다. “네 이놈! 나는 살아있는 천리마를 가져오라고 했다. 죽은 말 뼈를 500냥이나 주고 사오다니!” 그러자 신하가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십시오. 천리마는 귀한 말이라 다들 숨겨놓고 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왕께서 죽은 천리마의 뼈도 500냥이나 주고 샀다고 소문이 퍼지면, 살아있는 천리마를 가진 사람이 너도나도 나서서 올 것입니다.”

   과연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리마를 가진 사람이 세 사람이나 나타나 왕에게 팔겠다고 찾아왔다. 바둑에서 프로기사 2단은 약우若愚로 불린다. 도가道家의 가르침인 대현약우大賢若愚에서 따온 말로 크게 현명한 자는 어리석은 듯 보인다는 뜻이다. 말 다리뼈를 황금 500냥이나 주고 산 신하는 세상 사람의 눈에 어리석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이 구하지 못했던 천리마를 세 마리나 얻었다. 바둑 고수는 아마추어가 보기에는 어리석어 보이는 행마를 전개할 때가 있다. 하지만 고수의 어리석음은 큰 지혜와 통한다. 밑지는 장사! 이것이 고수의 행보다.

   천리마를 찾는다며 천지를 돌아다니다 지쳐 주저앉아 있는, 헛똑똑이 나를 바라본다. 그런 나에게 바오로 사도는 대현약우大賢若愚를 말했다.

지혜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리석은 이가 되어야 합니다.”1코린 3,18

우리는 그리스도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1코린 4,10

바보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10주기, 2019년이 저물어 간다.



                                                                                                               글· 최의영 안드레아 신부( 동아시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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