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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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171회 작성일 20-04-15 15:16본문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이 쳐들어왔다.”(2역대 32,1) 기원전 8세기.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아시리아 대군이 예루살렘 성 아래로 밀려들어 왔다. 남 유다 왕국을 도와줄 지원군은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2역대 32,7 참조) 그 순간이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유대인 병사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 없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시리아 병사들이 예루살렘 성 앞에서 저절로 픽픽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성경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사건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날 밤 주님의 천사가 아시리아 진영에서 18만 5천 명을 쳤다.”(1열왕 19,35 ; 2역대 32,21)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집트, 바빌로니아도 벌벌 떨게 했던 아시리아가 전투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약소국 유다 왕국에게 어이없는 패배를 당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비디스 등 의학자들은 「질병의 역사」에서 “당시 아시리아 진영에 전염병이 유행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전염병이 세계 역사의 판도를 바꾼 일은 이 밖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4세기 중세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는 4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몰살시켰고, 이러한 급격한 인구 감소는 봉건제도를 무너뜨렸다. 16세기 스페인 군대와 함께 남미대륙에 상륙한 천연두는 잉카제국을 멸망으로 몰아갔다.
지난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 소름 끼치는 바이러스는 21세기 우리들의 역사를 또 어떻게 바꿀까.
사제 서품을 받을 당시 한 라틴어 경구를 우연히 접한 후, 마음에 깊이 새긴 일이 있다. ”퀴 페르트 폰두스 코로나애 베리트“(Qui fert pondus coronae velit). 이 말은 “왕관을 원하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뜻이다. 최근 이 라틴어 경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강제로 내 머릿속에 소환됐다. 코로나(corona)는 ‘왕관’이라는 뜻이다. 바이러스가 왕관처럼 생겨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왔는데, ‘독’(毒)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래서 ‘왕관 모양의 독’인 셈이다. 이 독이 지금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부디 이 독이 우리 모든 형제 자매들의 몸에 스며들지 않도록, 그래서 건강한 몸으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세속의 왕관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 하느님 영광으로 가득한, 광채나는 몸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글· 최의영 안드레아 신부( 동아시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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