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리고 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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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988회 작성일 19-09-04 10:50본문
나 그리고 너 (상)
옛 속담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있을 땐 몰라도 없을 때 그 가치를 안다는 뜻이다. 화장실에 걸린 화장지가 조금씩 야위어 갈 때, 어제와 부쩍 달라진 비누의 몸뚱아리를 쥐는 순간…. 나는 영원한 풍족함은 없다는 사실에 문득 슬퍼진다.
하물며 사물도 이럴진대, 사람이라면 오죽하겠는가.
딸이 출가한 후 세탁기에 들어가는 옷이 갑자기 줄어든 것을 느낄 때, 하늘나라로 가신 할머니께서 쓰시던 텅 빈 방을 바라볼 때, 사랑했던 사람과 자주 만나던 카페 앞을 지나갈 때…. 옆에 있을 때는 몰랐다. 너의 존재가 나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를 말이다. 그렇다. 너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크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든 자리, 난 자리’의 주체인 ‘타인’을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타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기본적인 인간적 성향이 타인과 함께 하거나 타인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삶의 근본적 의미를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요구와 견해, 이상理想에서 찾고자 한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에 맞춘다. 이들은 그래서 외부에서 오는 사랑, 인정, 승인을 추구한다. 남이 나에게 잘 해주어야 하고, 남이 늘 나에게 집중되어 있어야 한다. 내면적으로는 가치 없고 보잘것없는 역할을 한다고 여기고 불편하면서도 겉으로는 쾌활하고 매력적이게 보이려 한다. 남에게 존경받고 인정받기 위해 낮출 때까지 낮추면서 속으로는 자기 압박으로 힘들어 한다. 분노나 공격성을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굶주린 면과 솔직하게 소통하지 못한다.
둘째,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평화롭게 대하지만, 반대편에 서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는 공격적인 방식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활발하고 진취적인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서 타인과 하나가 되고자 한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관대함을 보이는 것,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 약한 이들에게 봉사의 에너지를 쏟는 것이 보람 있다고 여긴다. 반면 타인이 자신의 위치에 올라오는 것, 타인이 자신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것, 타인이 자신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을 불편해 한다.
타인에 대한 세 번째 대응 방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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