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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집을 짓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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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902회 작성일 19-10-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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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는 '하느님의 집을 멋지고 튼튼하게 짓겠다'는 청사진을 지닌 청년일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느님의 집을 멋지고 튼튼하게 짓고 싶어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학교에 들어가 건축에 필요한 신학과 철학 등을 배우며 하느님의 집을 설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튼튼하고 멋진 주님의 집을 짓고자 하는 자신감이 충만하였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구상하고 또한 다른 훌륭한 집들의 장점들도 수용하여 하느님의 집을 설계해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이제는 거의 완성되어 집을 짓기 시작해야할 무렵 제가 설계한 하느님 집의 설계도를 검토해 보았습니다.

  ​ 그런데 처음부터 제가 설계한 집의 설계도를 검토한 결과 제가 생각했던 청사진 속의 집이 아니었습니다. 이 설계도대로 집을 짓는다면 얼마 못가서 허물지고 말 건물이었습니다. 아니 짓다가 붕괴될 수도 있는 너무나 허술하고 조잡한 집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대로 하느님의 집을 지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모면하고자 비겁하게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그 후 저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집을 짓겠다'는 꿈은 어느 덧 제 심연의 저 밑바닥에 묻어 둔 채로 말입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새로운 삶이 저에게 잘 맞는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제 마음 속에 묻어 둔 꿈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지만 저는 무시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꿈틀거림은 하느님의 부르심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를 계속 부르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하느님께 눈과 귀가 닫혀서 아무 것도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였습니다. 아니 제가 눈과 귀를 닫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생활을 하면서 두 번의 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다행히 외상만 있었을 뿐 내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 사고를 겪은 후 도대체 하느님께서는 나를 어디에 쓰시려도 이렇게 멀쩡하게 살려 주시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 주님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수도자인 옛날 벗이 찾아와 저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저는 그 손을 부여잡고 하느님께 , 여기있습니다.’하고 응답하고 수도원에 입회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나의 집을 다시 지어라라는 손길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접고 수도원에 들어와 하느님의 집을 짓고자 하는 꿈을 다시 펼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예전의 잘 못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예전의 하느님 집 설계도를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설계도의 가장 큰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안에는 하느님이 안계셨습니다. 나의 자만과 교만만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집을 짓겠다던 자가 하느님의 의견은 무시한 채 자기의 교만으로 자기 집을 짓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기초 위에 자비와 겸손이라는 구조물을 만들어 봉사와 희생이라는 외벽을 치고 주님께 희망이라는 인테리어로 설계를 했어야 했는데 하느님은 그 설계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금방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래 위의 집과 같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과 함께 집 설계를 하고 하느님과 함께 집을 완성해 가야 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허술하게 자기 교만의 집을 설계하고 무너질까 고민하다가 그 상황을 회피했던 것입니다. 이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시 하느님의 집을 설계 하였으나 그래도 현재 아직은 너무 허술하고 미약한 설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려 했으나 나약한 인간이기에 때론 교만으로 때론 이기심으로 설계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처럼 도망가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 집의 설계는 앞으로 하느님과 대화하여 수정하고 고쳐나가며 주님과 함께 지어나가고자 합니다. 하느님의 집은 단숨에 설계하고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두고 하느님과 함께 계속 설계하며 계속 지어나아가야 하는 것임을 예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집을 짓는 일꾼, 아니 저는 종이 되고자 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고 그 말씀을 저의 서품구절로 선택한 것처럼 우리가 선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선포하고 우리 자신은 예수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으로 선포합니다.”

   저는 주님의 종이며 주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입니다. 하느님과 저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하느님의 집을 짓고 싶습니다. 여러분! 저에게 겸손과 사랑으로 무장한 하느님의 일군이며 종으로서 변함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글 오흥서 바오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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