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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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636회 작성일 19-10-07 09:43본문
신자들에게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 10가지를 써 보십시오”라고 했다. 그들이 선택한 10가지 ‘소중 목록’은 다양했다. ‘자녀’, ‘돈’, ‘직업’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예수님’ ‘성모님’도 당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시간’, ‘이념’, ‘나’를 선택한 사람도 있었고, ‘믿음’, ‘희망’, ‘사랑’을 적은 사람도 많았다.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남편’, ‘아내’를 인생 10대 소중 목록에 올린 사람도 있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자! 이제 여러분의 인생 항해는 큰 풍랑을 만났습니다. 침몰을 막기 위해선 배의 물건들을 하나씩 버려야 합니다. 소중하다고 생각한 10가지 중에서 하나를 지금 버리십시오.”
그렇게 나는 신자들에게 10가지 목록 중에서 하나씩 지우도록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만 남겨 놓도록 했다. 사람들은 ‘남편’ 을 버리고 ‘아내’를 버렸다. 그리고 ‘직업’도 버리고 ‘희망’도 버렸다. 그렇게 사람들이 죽음 직전까지 꼭 품에 안고 가고 싶은, 가장 소중하게 여긴 마지막 하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아, 아, 신앙을 선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아, 아, 신앙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당신은 성직자여서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방어하는 우는 소리로 들린다고? 물론이다. 언제나 최상의 공격은 징징거리는 방어와 함께 시작되는 법이니까.
물론 성직자 수도자가 아닌한 굳이 신앙을 인생 제1 목표로 삼아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신앙을 삶의 ‘필요’로 본다면 다른 ‘필요’들도 별반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굳이 돈 많이 벌어서 고상한 취미를 즐길 이유도 사실 없지 않나? 굳이 매일 좋은 옷을 입고 오페라를 듣고, 미술관에 가서 미술품을 관람할 필요도 없지 않나?
신앙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필요의 문제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창조 때부터 인간 몸에 박아주신 갈망의 문제이다. 신앙은 신기루가 아니다. 신앙은 인간이 행성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깊은 뇌의 주름을 가지도록 소중히 섭리 되면서 나타난 결과물이자 그 목적이다.
풍랑을 위태롭게 헤쳐온 배가 마침내 침몰하는 마지막 그 순간, 나는 ‘신앙’이라는 소중한 보물 하나를 꼭 쥐고 있으련다. 그게 창조된 인간의 알파α이자 오메가ω이니까.
글· 최의영 안드레아 신부( 동아시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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