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잘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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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444회 작성일 20-09-23 23:24본문
음주(飮酒)는 가끔 즐기지만, 가무(歌舞)는 불편해 한다. 그러다 보니 술 마시더라도 노래방에 갈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오늘은….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
결혼은 택시다. 택시를 타면 편안하다. 하지만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 가는 만큼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거리가 멀면 멀수록 지불 비용은 더 커진다. 결혼처럼 역설적인 것도 드물다. 결혼생활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편안하지만, 그만큼 힘들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마태 25,1-13)를 비유가 아닌 직설법으로 듣는다면, 결혼은 참으로 수고로운 것이다.
그래서 결혼은 ‘너’를 잘 만나야 한다. 연애 결혼 후 완전히 다른 모습의 배우자를 보게 됐다는 말을 쉽게 듣는다. 마음으로 지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매력이나 인기가 성실함이나 원만한 사회성, 지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인기와 지지는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 인기는 호감이고 지지는 신뢰다. 그런데 결혼 앞둔 많은 이들이 호감과 신뢰, 인기와 지지를 혼동한다. 결혼 잘 하는 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결혼 잘하는 법 1. 남녀가 서로 상대방에게 맞춰 줄 수 있어야 한다. 아날로그 시계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힘으로 돌아간다. 결혼은 톱니가 울퉁불퉁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다. 결혼 후 스스로를 깎고 다듬어 예쁜 톱니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한 사람은 열심히 깎고 다듬어서 예쁜 톱니를 만들었는데, 배우자가 깎는 아픔을 거부하고 삐죽한 상태로 남아있다면 시계는 돌아가지 않는다. 혼자 깎아서는 안된다. 두 명 모두 자신을 깎아야 한다. 내가 깎으면, 상대방도 그만큼 깎아야 한다. 자신을 깎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결혼 잘하는 법 2. 배우자가 나에게 해 줄 것을 생각하지 말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결혼은 남녀가 서로, ‘저 사람은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 성사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 밖에 없다. 정호승(프란치스코) 시인은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다. 어린아이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곤란하다. ‘만남의 가치’를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상대방에 대해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마음을 주되 마음으로 묶지는 말아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속박이 아닌, 해방을 성취한다.
‘결혼 잘하는 법’을 쓰고 나니, 그 내용이 ‘가톨릭 대중 신앙 잡지 잘 만드는 법’이 됐다.
최근 한 지방법원 판사로부터 「아들 꽃이 피어난다」라는 제목의 자작시(自作詩)를 선물 받았다. 시 마지막 구절이 지금도 잔잔한 울림으로 남아있다.
‘사랑이 사람 꽃을 피운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답장을 했다.
“사랑이 사람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사람도 사랑 꽃을 피웁니다. 사람이 쓰는 글도 사랑 꽃을 피웁니다.” 두 손을 모아 본다.
“어머니! 가톨릭 비타꼰(함께하는 삶)이 이 땅에 사랑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우소서.”
‘파일 올리는 중’ 창이 잠시 뜨더니 순식간에 원고가 디자인팀 컴퓨터로 옮겨졌다. ‘전송 완료’. 특집 기사를 작성할 때는 1시간 넘게 걸렸는데, 원고 전송에는 2초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한 기자가 다가와 말했다.
“창간호 원고 마감도 했는데…. 술 한 잔 하시죠.”
한 잔이 한 잔이 안 될 거라는 것을 안다. 때로는 아무 생각없이 몸을 술에 맡겨보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사무실을 나오자 세상을 휘감아 도는 가을 기운이 상쾌했다. 마음과 몸이 함께 기뻐했다. 오늘은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 노래를 부르고 싶다.
내일은 남양성모성지에 한번 가볼까 한다.
글. 우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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