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672회 작성일 20-06-28 23:29본문
베드로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최근 우리 수도회 남자 직원인 베드로 씨가 멕시코 과달루페 성모성지로 순례를 다녀왔다. 우리나라에서 동쪽으로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넘게 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은근히 부러웠다. 꼭 한 번 가서 만나고 싶은 성모님이지만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쪽으로 먼저 다녀온 베드로 씨의 느낌이 궁금했다.
“과달루페 성모님을 만나고 온 소감이 어떻습니까?”
소감을 말해 달라고 했는데, 체험을 말한다.
“평소 저는 눈물을 잘 흘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과달루페 성모님 성화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때 왜 눈물이 났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공감했다. 과달루페에 가진 않았지만 나 또한 과달루페 성모님 성화만 보고서도 베드로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과달루페 성모 성화를 보면, 성모님 주위로 가시처럼 무수히 뻗어 나온 것이 있다. 성모님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베드로 씨에게 말했다.
“성모님 사랑을 직접 보셨는데, 눈물이 나는 것이 당연하지요. 성모님 사랑의 힘은 그만큼 큽니다. 그 사랑을 직접 만났는데 어찌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50년 넘게 이어지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의 지순한 사랑 앞에서 나는 눈물이 난다.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어머니의 희생을 떠올릴 때도 눈물이 난다. 일본의 한 지하철에서 사람을 구하고 목숨을 잃은 한국 청년의 소식을 접했을 때도, 사람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기도 안에서 성모님의 사랑을 볼 때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게 나는 사랑을 보면 눈물이 난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다.”(로마 5,20)
죄가 많아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그 죄 때문에 필연적으로 만나는 사랑의 은총 폭포 때문에 눈물이 난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요한 7,37)
목이 말라서 눈물이 나는 것이 아니라, 지치고 쓰러졌을 때 생수를 선물하시는 사랑의 그 분을 만나는 감격 때문에 눈물이 난다.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사람들! 너희는 웃게 될 것이다.”(루카 6,21)
그렇다. 지금 울기 때문에 지금 행복할 수 있다. 쏟아지는 사랑을 만나 쏟아내는 그 눈물 때문에 우리는 먼 훗날 웃게 될 것이다.
멕시코에 가고 싶다.
최의영 안드레아 신부( 동아시아 지부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