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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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350회 작성일 20-01-18 09:58본문
“시간은 돈이다!”
1748년 미국의 사업가 벤저민 프랭클린 Benjamin Franklin, 1706~1790 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이제 거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돈을 벌거나 잃었을 때처럼, “시간을 잃었다” 혹은 “시간을 벌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며, 동시에 돈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로마의 티투스 황제 Titus Flavius Vespasianus, 39~81도 하루에 그 어떤 성과나 열매를 맺지 못했을 때,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친구여 나는 하루를 잃어버렸구나.” 과연 그럴까. 시간은 내 호주머니에 있다가 잃어버리는 돈과 같은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시간과 돈은 함께 손잡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돈이 많은 사람은 대개 시간을 풍족하게 갖지 못한다. 젊은이들은 자기 앞에 놓인 시간이 많지만 보통 돈이 적다. 반면 중년층은 돈은 많지만 그 돈을 벌거나 지키기 위해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말한다. “나는 시간이 없어요.” 역설적이지 않은가. 시간과 돈은 같다고 말하면 서, 돈만 있고 시간은 없으니 말이다.
스스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희생시키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알렉산더 데만트 Alexander Demandt, 1937~ 는 「시간의 탄생」에서 “시간 숭배는 우상 숭배”라고 말했다. 예수는 돈이 절정으로 쌓였을 때, 그 돈을 누리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 했다.(루카 12,16-20 참조)
좀 더 느긋해지면 어떨까.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에 따르면 “시간은 하느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다. 시간이 하느님이 주신 고려청자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 소중한 도자기를 후다닥 돈과 맞바꿀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소중히 모시고 천천히 감상하고 음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 어부가 고기잡이를 마치고 해변에 누워 편히 쉬고 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사람이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그렇게 시간을 낭비하며 빈둥거리는 대신에 일을 하십시오. 더 많은 물고기를 팔아 작은 배 대신에 돛이 달린 어선을 사는 게 어때요? 그런 다음 그 어선을 타고 가서 물고기를 잡아 팔면 모터가 달린 더 큰 배를 살 수 있을 거요. 그러면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으니, 부자가 되어 그때 해변에서 느긋하게 햇빛을 받으며 누워 쉴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대답했다. “그렇겠지요. 그런데 당신이 말한 그것을 내가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글· 최의영 안드레아 신부( 동아시아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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