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축성생활의 날 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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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75회 작성일 21-01-27 16:54본문
2021년 축성생활의 날 담화
한겨울 얼어붙은 개울 밑, 호수 아래에서도 물은 흐르고 그 안에 사는 온갖 생명은 그들의 삶을 계속하고 있듯이, 코로나-19로 멈춰진 이 세상에서도 일상의 삶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봄의 기운이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우리는 새로운 봄, 새롭게 바뀔 세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님 봉헌 축일이기도 한 오늘 교회는 모든 축성생활자를 기억하고, 그 성소를 위해 기도하는 ‘축성 생활의 날’을 지냅니다. 예수님의 강생 신비를 40일 동안 묵상하고 그 마지막 날인 오늘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된 예수님의 신비를 기념합니다. 1997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이날을 일생동안 그리스도를 따르기 위해 자신을 봉헌한 축성생활자들을 기억하는 날로 제정하셨습니다.
수도생활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도의 모범과 금욕적인 생활, 놀라운 수덕생활로 그리스도교 영성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수도교부들, 거룩한 스승들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 참된 가난의 의미, 말씀으로 부터 힘을 받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 스승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수도원이나 수도생활의 영역을 넘어 세상으로 나아가 세상이 기근과 질병과 전쟁의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영웅적인 덕행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던 많은 수도자들의 활동이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약속한 정결과 가난과 순종의 서원은 이 어려운 시대에 사람들과의 연대의 끈이 되었고, 영웅적인 덕행으로 교회의 영성을 더욱더 빛나게 하였습니다.
친애하는 평신도 형제자매 여러분, 존경하는 성직자 여러분, 경애하는 주교님,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유행병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성당의 문이 닫히고 열리기를 반복하는 지난한 과정을 축성생활자들도 함께 기도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상이 위기에 빠지고 교회가 어려움을 겪을 때 그 어려움의 한가운데서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그 어려움에 함께했던 많은 수도생활의 스승들과 창설자들, 선배들의 모습을 오늘날에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많은 부족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성령께서 각 수도회에 부여하신 은사를 통하여 지금 이 시간 세상과 교회가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1년 첫날 ‘제54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통하여 ‘평화의 길인 돌봄의 문화’에 대해서 강조하셨고, 예수님 제자들의 삶을 상기시키셨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인류의 길을 얼룩지게 한 이러저러한 사건들은, 형제애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우리가 서로를 돌보고 피조물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돌봄의 문화는 오늘날 매우 만연해 있는 무관심과 버림과 대립의 문화에 맞서 싸우는 길이 됩니다.”(1항)
“영적 육체적 자비 활동은 초기 교회의 애덕 봉사에서 핵심이 되는 활동입니다. 첫 세대 그리스도인들은 그들 가운데에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나눔을 실천하였습니다(사도 4,34-35 참조). 또한 그들의 공동체가 모든 인간적 상황에 열려 있고 언제든 가장 약한 이들을 돌볼 수 있는 환대의 집이 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시신을 묻어 주며 고아와 노인을 비롯하여 난파와 같은 재해 피해자들을 돌보는 목적으로 자원 제물을 바치는 것이 관례가 되었습니다.”(5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사도적 권고 『 축성생활』 75항에서는 “축성생활은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품에 계신 말씀의 숭고한 신비를 관상하고(요한 1,1 참조),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이 되셔서(요한 1,14 참조) 다른 사람들을 섬기기 위하여 자신을 비우고 낮추신 말씀을 따릅니다. 오늘날에도 복음 권고의 길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가셨던 곳에 가며 그분께서 하셨던 일을 하고자 합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와 세상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성소의 의미를 살아가고,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수행하려 노력하는 모든 축성생활자들은 “모든 인간의 존엄 증진,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과의 연대, 공동선 추구, 피조물 보호”(세계 평화의 날 담화 6항 참조)라는 우리 시대의 시급한 과제에도 기꺼이 나서도록 불림을 받고 있습니다.
“축성된 사람들은 생활의 증거로써 그리스도교적 형제애의 가치와 변혁을 가져오는 기쁜 소식의 힘을 선포하려고 파견되었습니다. 복음은 모든 사람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보게 하고 형제자매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위하여 자기 자신을 희생하게 합니다. 그러한 공동체들은 희망과 참행복을 발견하는 장소로서, 기도에서 힘을 얻고 친교의 원천인 사랑을 생활의 양식과 기쁨의 원천으로 삼아 살아가도록 부름받았습니다”(축성생활 51항).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잠시 멈추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에,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려고 제자들을 부르시고, 또 그들을 파견하여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더욱더 깊은 관계 속으로 들어가도록 우리는 요청받고 있습니다(마르코 복음 3,13-15 참조). 축성생활자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이러한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
주님 봉헌 축일 전례 중에 초 봉헌 행렬을 하고, 일 년 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합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은 한나와 시메온이 성전에서 일생동안 기다려온 그리스도를 알아보고 그 계시의 빛을 볼 수 있었듯이, 하느님께 봉헌된 축성생활자들이 참다운 믿음으로 주님을 알아보고 일생토록 성령의 힘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빛을 사람들에게 비출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청하며, 함께 연대의 길에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그리스도 따름’의 소명에 응답하는 젊은이들 또한 많아지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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