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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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790회 작성일 21-03-04 09:18본문
개신교 신자들에게는 어머니가 없다. 어머니 마리아의 전구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 불신(不信)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다음의 성경 내용이다.
어떤 이가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께 말한 사람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6-50, 마르 3,31-35 및 루카 8,19-21 참조)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하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7-28)
많은 개신교 신자들은 이 내용을 들어, 예수님께서 마리아를 멀리 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내용에서 최절정 바둑 고수가 펼치는 위대한 행마(行馬)를 볼 수 있다. 예수님은 마리아가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 예수님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 기준, 즉 예수님의 형제와 누이가 될 수 있는 기준을 말하고 있다. 즉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마태 12,50)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기준에 가장 합당한 사람, 즉 아버지의 뜻을 가장 잘 실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공교롭게도 혈연관계로 맺어진 마리아다. 성 아우구스티누스(Aurelius Augustinus, 354~430)는 이렇게 말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혈연적 어머니가 되시기 위해서, 당연히 이미 하느님의 말씀을 가장 잘 듣고 실행했다.”
마리아가 만약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예수님은 세상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예수님의 존재 자체가 마리아의 순명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은 지금 마리아가 육신적 어머니여서 어머니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가장 잘 실행했기 때문에 자신의 어머니가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을 재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너희는 저분이 나를 낳아주셨기에 나의 어머니라고 말하지만, 저 분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분이기에 나의 어머니이시다. 너희는 저분이 나를 낳고 길러주어 행복하다겠다고 말하지만, 저분은 하느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리라고 믿고 자신을 내어 주셨기에 행복하다.”(김종수 주교, 「믿는 이들이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서)
그렇다. 마리아는 예수님께 젖을 먹였기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켰기에 행복하다.(루카 11,28 참조) 우리는 예수님이 말씀하시지 않으셨어도 이미 마리아가 충분히 행복한 여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마리아는 이미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십니다”(루카 1,42)라는 말을 들은 일이 있다. 또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이라는 말도 들었다. 마리아의 행복은 하느님 말씀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리아는 기쁨에 들떠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루카 1,48)라고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예수님은 선언하셨다. 마지막 날에는 현실적 차원의 가족 관계가 아닌, 영적 차원의 가족 관계가 맺어질 것이다. 마리아는 현세의 어머니이며 동시에, 아버지의 말을 가장 잘 실행한, 종말론적 차원의 어머니이다. 우리가 마리아를 예수님의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거룩한 어머니(聖母)로 모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빨리 착수(着手, 바둑판에 돌을 놓다)에 들어가라고 재촉하신다.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가장 잘 실행한 진정한 어머니 마리아를 본받으라고 말이다. 그래서 자신의 형제요 누이가 되어 달라고 말이다.
김광수 요한 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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