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칼럼_굴러온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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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103회 작성일 21-06-10 10:23본문
편집장 신앙칼럼
커리어우먼 차윤희가 완벽한 조건의 외과 의사 방귀남을 만나 결혼하지만, 상상하지 못했던 시댁이 나타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린 2012년 인기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시집살이가 싫어서 미국 입양된 사람과 결혼했는데, 남편이 친부모를 찾는 바람에 뜻밖에 시집살이를 한다는 내용이다. 매회 40% 시청률을 넘기며, 같은 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을 넝쿨로 묶어놓고 독주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11회 방영분을 본 이후 푹 빠지게 됐다. 주인공들이 주고 받는 대사에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시댁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윤희가 귀남에게 혈액형 이야기를 꺼낸다. “그 집 식구들은 다 A형 이래. 당신은 B형이잖아. 유전자 검사, 다시 해봐야 하는 것 아냐?” 윤희의 말을 듣고 있던 귀남의 조용한 말 한마디. “나 A형이야.” 놀라는 윤희. “아닌데, 자기 B형이야. 우리 예전에 같은 B형이어서 결혼하면 피 터지게 싸우겠다는 농담도 하고 그랬잖아. 기억 안나?” 귀남이 윤희를 바라보며 또 조용히 말한다. “어떤 놈이야? 난 자기랑 그런 농담한 적 없는데.” 기억을 되돌려 보는 윤희. 과거에 사귀었던 다른 남자와 혼동했음을 곧 깨닫는다.
“아, 그게 저…. 별로 친하진 않았어.” 그리곤, 입 삐죽 내밀며 귀엽게 말한다. “미안, 여보.”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말하는 ‘당신’은?
A형이다. 잘생긴 외모와 능력, 아내를 아끼는 자상한 마음까지 겸비한 이 시대 최고의 A형 착한 남자 방귀남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다. 그런데 이와 함께 A형‘시댁’도 넝쿨째 풀 세트로 덤으로 왔다.
그렇다면, 신앙인에게 넝쿨째 굴러온 ‘당신’은?
α(알파)형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시는 분, 모든 세상의 시작에 앞서 계신, 완전한 능력을 지니신 분. 자녀들을 아끼는 자상한 마음까지 겸비한 예수님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다. 그런데 이 넝쿨에선 허기를 달래줄 호박만 딸려오는 것이 아니다. ω(오메가)형 ‘십자가’도 넝쿨째 풀 세트로 덤으로 온다.
우리는 지금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답은 항상 가려져 있다. 내일 아침,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깜깜하고 어둡다. 믿을 ‘신’(信)과 우러러 따르는 ‘앙’(仰)이 필요한 이유다. 이 믿음은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묵시 22,13)라는 선언에 대한 믿음이다.
살다 보면 가슴 철렁 철렁 내려앉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견뎌내기 힘든 십자가 고통으로 불면의 나날을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넝쿨 당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깜깜한 밤에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다.
오늘 밤,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통으로 잠을 이룰 수 없다면, 영성의 보물 창고인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잠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맡에 놓인 작은 선물 상자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선물 포장을 뜯어보는 두근거림은 얼마나 황홀할 것인가.
윤희가 드라마에서 “시월드 공포증”을 이야기 하면서 ‘시월드’라는 말이 유행했다. 시월드란 시어머니, 시누이, 시댁 처럼 ‘시(媤)자가 들어가는 사람들의 세상’을 일컫는 말이다.
며느리들은 왜! 시금치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는가. 며느리들은 왜! ‘시’자가 들어가는 것은 모두 싫어하는가. ‘시’자에 ‘ㄴ’하나 받쳐주면, 믿을 ‘신’(信)이 된다.
믿음으로 수용해야 한다. 2000년 가톨릭 교회 역사 안에서 성덕(聖德)을 구현한 모든 성인 성녀들은 한결 같이 십자가 수용(十字架 受容)의 삶을 살았다. 그들은 알파이며 오메가인 그 분을 믿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해방을 얻었다.
혹시 지금 삶의 십자가가 무거운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나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약속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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