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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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249회 작성일 21-02-08 10:24본문
새해(新年), 새해(新太陽)가 떠오른다. 하지만 올해 태양은 예년처럼 눈부시지 않아 보인다. 시퍼렇게 멍든 가슴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직장에서 내몰리는 40~50대 가장들이 늘고 있다. 빈부격차가 가속화되고, 계층간 반목도 심해지고 있다. 자살률, 이혼율 증가는 이미 우려할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나만 옳다’는 귀 막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옆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오직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할 뿐이다. 이겨서 번 돈과 획득한 권력은 내 남대로 쓰고 내 맘대로 휘두른다. 고결한 선비정신을 지닌 백의민족 한국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첫째, 몸을 휘감고 있는 쇠사슬을 와르르 땅에 떨어트리듯, 그렇게 집착과 욕심을 땅에 툭 떨어트리자. 정진석 추기경은 “그릇된 욕심과 애착을 갖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비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고두고 마음에 새길 말씀이다. 허술하게 이은 지붕에 비가 새듯이 수행하지 않는 마음에 욕망이 스며든다. 욕심이 가득하면 행복이 깃들 수 없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마태 5,3). 노자가 도덕경(道德經)에서 말한 대로 그릇이 그릇이기 위해선 빈 공간이 있어야 한다(노자 11).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그릇이라도 가운데가 비어있지 않으면 밥을 담아낼 수 없다. 공자는 “불환무위(不患無位) 환소이입야(患所以立也)”(논어 이인)라고 했다. 지위가 있고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뜻을 세울 수 있는지 없는지를 걱정하라는 뜻이다. 마음을 비우고 진리를 위해 정진해야 한다.
둘째, 독선과 아집을 버리고 대결을 멈추자. 숭고한 소명을 위해 몸 바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이기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망설임이나 의심을 품지 않는다. 따라서 독선적이고 광신적이 되기 쉽다. 이래서는 현실을 정확히 보지 못한다. 강자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짜릿한 쾌감을 줄 수는 있어도, 대결의 악순환 고리는 끊지 못한다. 강자도 다를 바 없다. 대부분의 윗사람은 자신이 아래로 내려가서 상대와 대등하게 행동할망정, 상대가 자신 있는 곳까지 올라오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강자와 약자 모두 깨져야 한다. 칼을 동시에 내려놓아야 한다. 칼은 영신 수련을 위해 자신의 영혼에게 사용할 물건이다.
셋째, 불균형을 균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허전함을 채워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무엇이나 삼키려는 허기증이나 그 어떤 것도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으려는 거식증, 일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나 손가락 하나 까닥 않으려는 무기력, 영혼의 생살을 깎는 과도한 고해성사 혹은 그리스도의 자비에 기댄 지나친 윤리적 무감각….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불균형을 균형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할 힘을 새해의 새 태양에서 얻자. 세상이 어둡다고 무서워하지 말자. 태양은 어김없이 뜬다. 참 태양이시며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오신다.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인 태양은 그 지름이 지구의 109배, 질량은 33만 배, 부피는 130만 배다. 얼마나 크고 웅장한가. 거기에서 나오는 빛은 또 얼마나 눈부신가. 만약 새해의 태양이 흐려 보인다면,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이 흐려져 있지 않은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따뜻함’의 희망은 예고돼 있다. ‘이미, 그러나 조금 아직’일 뿐이다. 지구는 초속 30km의 엄청난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봄은 온다.
비타꼰 주간 우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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