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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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507회 작성일 20-10-05 10:24본문
2011 부산 국제 영화제 개막작 ‘오직 그대만’의 두 주인공 지섭 형과 효주 언니…. 말 그대로 처절하게 사랑한다. 뻔한 신파극, 눈물샘만 자극하다 마는 알맹이 없는 영화라는 폄하도 일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뛰는 심장을 지그시 눌러 진정시켜야 했을 정도로 진한 감동을 준 영화였다. 단순히 두 사람이 손잡는 장면에서 조차 심장 박동이 심하게 요동쳤다.
순수한 사랑이 주는 무게 때문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순수한’이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이는 것 자체가 요즘 사랑들이 그리 순수하지 않아 보여서다. 두 주인공의 사랑은 영혼까지 내어주는 말 그대로 순수한 사랑이었다. 서로가 가진 단점들이 이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실제로 여 주인공은 시각장애인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내어주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요즘 드라마를 보면 처음 만난 날 말을 트고, 일주일 만에 뽀뽀하고, 이주일 만에 결혼을 약속하고, 한 달 만에 부부가 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선택이 빠르고, 아니다 싶으면 쉽게 정리한다. 이런 시대에 순수한 사랑을 발견한다는 것은, 30대 아줌마 팬이 백령도 해병대에 가서 현빈 면회하는 것보다 어렵다.
하지만 순수한 사랑을 발견하기 힘든 것이 실상은 우리들 잘못만도 아닐게다.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일 수 있다. 사실 인간은 부처님이 아니다. 부처님이 그랬던 것처럼 하루 24시간 동안 온전한 진리의 행복 안에서 정진할 수는 없다. 붕 떠서 살아갈 때가 더 많다. 탄탄한 바위 기반 없이 둥둥 떠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래서 아침에 “난, 널 사랑해~”라고 말했다가 저녁에 “미안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어”라고 말한다. 그렇게 고통주고, 고통받는다. 천국 열쇠를 쥐고 있다는 베드로 사도도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세 번이나 예수를 배반했었다.
이런 나약한 인간을 위로하는 것이 ‘오직 그대만’식 순수한 사랑이다. 영화를 본 후 다시한번 확신했다. 사랑은 인간을 구원한다. 사랑은 영혼의 발암물질, 이를테면 불안과 분노를 없애고, 암을 말끔히 치료한다. 그리고 희망과 뿌듯함과 같은 항암물질을 키운다. 이렇게 사랑에서 희망이 나온다. 그래서 사랑은 희망의 다른 말이다.
스티븐 킹 원작의 1994년 영화 ‘쇼생크 탈출’ 포스터엔 이런 소개 글이 있었다.
“공포는 너를 감옥에 가두지만 희망은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 실제로 주인공인 앤디(팀 로빈스)는 친구인 레드(모건 프리먼)에게 이런 편지를 쓴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다. “희망은 좋은 것, 최고의 것입니다. 좋은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나 인간을 사랑했으면 신(神)이 인간으로 왔겠는가.‘오직 그대만’을 위해 오늘도 거룩한 탄생은 계속되고 있다. 그 사랑으로 인해 우리는 구원의 희망을 가지게 됐다.
예수 탄생 신비를 머리로 알아들으라고 하는 것은,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 어머니와 인터넷 채팅을 하라는 것과 같다. 하지만 태아는 인터넷이 아닌 오묘한 방법으로, 어머니와 소통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오묘한 방법으로,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다. 태아와 어머니, 인간과 하느님을 연결하는 그 소통의 고리는 사랑이다. 희망이다. 지금 겪고 있는 추위 너머에는 따뜻한 봄이 있다는 그 희망 말이다.
‘오직 그대만’ 마지막 장면. 예쁜 여주인공 한효주가 눈물 쏟으며 말한다.
“내가 그랬지! 눈 뜨면 아저씨 얼굴만 보겠다고!”
나도 눈 떠서,‘오직 그대만’보고 싶다.
글. 우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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