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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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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93회 작성일 21-07-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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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이탈리아 모데나(Modena) 대성당 성탄 구유



오늘날 도시생활에 지친 많은 이들이 전원생활을 꿈꾼다. 그들은 시골에 가기만 하면 산과 들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는 유토피아적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촌 생활, 산촌 생활은 생각처럼 그렇게 목가적이지 않다. 낭만적이지도 않다. 나는 강원도 철원 인근 김화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래서 안다. 시골의 산과 들판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말이다.

 

2000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예수님이 탄생하던 그 때, 베들레헴 인근에는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이 있었다.”(루카 2,8) 목자들은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목자들은 도둑과 들짐승들로부터 양떼를 지키기 위해 밤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들에서 야영을 했다. 그들은 양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늘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다 자신의 양을 뺏으려는 사람이나 짐승이 나타나는 비상사태에서는 극도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런 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완력이 세고, 성격이 거칠다. 아마 턱수염 덥수룩한 산적 같은 외모를 지녔을 것이다.

이 점에서 2000년 전 베들레헴의 목자들은 거친 세상과 맞서기 위해 거칠게 살아가야 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실제로 우리는 목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가 가진 양을 빼앗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와 쏙 빼닮은, 눈을 뜨면 일어나 움직이고 눈을 감으면 자는 의미 없는 일상을 반복하던 목자들에게 천사가 찾아온다.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0-12)

이에 목동들은 천사의 말에 따라 베들레헴으로 아기를 찾아간다. 그곳에 실제로 한 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었다. 목자들이 보기에 이 아기는 갑자기 불쑥 이 세상에 마술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보통 인간들과 같이 해산 날이 되어’(루카 2,6) 태어난 아기였다. 하지만 목자들은 알고 있었다. 이 아기의 탄생이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마태 1,18-25 참조)

 

어쨌든, 아기를 찾아낸 목자들은 그 아기에 관하여 천사로부터 들은 말을 전했다.(루카 2,17)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공동 증언인 만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 증언에 놀란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놀라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동정 출산의 당사자, 마리아였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루카 2,19)

마리아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발생했을 때, 거부하지 않는다. 무시하고 넘겨버리지도 않는다. 마리아가 보인 모습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 의미를 곰곰이 되새기는 것이었다. 목자들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이렇게 찬미했다고 전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마리아가 곰곰이 되새겼던 이 메시지, 하늘의 군대가 부른 이 찬미는 지금 우리도 미사 전례 때 마다 대영광송을 통해 동참한다. 입으로만 찬미할 것이 아니다. 마리아가 그랬던 것처럼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겨야 할 찬미가다.

 

마리아가 목자들이 전한 메시지를 곰곰이 되새기고 있을 때였다. 또 한 무리의 사람이 아기 예수를 찾아왔다. 그들은 멀리 동방에서 왔다고 했다. 그들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마리아 앞에 보물 상자를 하나를 내 놓았다. 그 안에는 황금과 유향과 몰약이 있었다.

 

 

예수의 탄생연도

성경에 예수 탄생연도를 추적할 수 있는 근거가 몇 곳 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보다 5~6개월 먼저 태어난 동갑내기인데, 루카복음은 그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에 대해 자세히 적고 있다.

티베리우스 황제의 치세 제십오년, 본시오 빌라도가 유다 총독으로, 헤로데가 갈릴래아의 영주로, 그의 동생 필리포스가 이투래아와 트라코니티스 지방의 영주로, 리사니아스가 아빌레네의 영주로 있을 때, 또 한나스와 카야파가 대사제로 있을 때, 하느님의 말씀이 광야에 있는 즈카르야의 아들 요한에게 내렸다.”(루카 3,1-2)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의 치세 15년은 기원 후 27년이다. 본시오 빌라도(Pontior Pilatos, ?~?)는 기원후 26~36년 유다와 사마리아의 총독이었고, 헤로데 안티파스(Herod Antipas, 기원전 20~39)는 기원전 4~기원후 39년에 갈릴레아와 요르단강 동부지역 영주였다. 필리포스는 기원전 4~기원후 34년에 갈릴래아 호수 동북쪽 골란고원과 헤르몬산 남쪽 사이에 있는 이투래아와 트라코니티스 지역을 다스렸다. 한나스는 기원후 6~15년에 대사제로 있었고, 한나스의 사위였던 카야파는 18~37년에 대사제직을 수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예수의 공생활은 27~32년 경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현재 예수 탄생연도를 기원전 7~6년 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광수 요한 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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