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2주일_복음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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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88회 작성일 21-06-21 11:32본문
오늘 복음에서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치고 배 안에 물이 거의 가득 차게 되었는데도, 예수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십니다. 이 복음을 읽을 때면 늘 떠오르는 글이 하나 있습니다. 슈미드 콘스라는 예수회 회원분이 쓰신 묵상 글인데 제목은 ‘풍랑 속의 고요’입니다. 내용도 좋았지만 저에게 특별하게 다가온 부분은 내용 중에 있는 ‘풍랑 속의 절대 고요’라는 표현입니다. ‘절대 고요’라는 그 표현이 저에게 주었던 강렬함은 그 후로도 오랜 시간 제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다시금 ‘풍랑 속의 절대 고요’를 간직하고 계신 예수님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저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저는 여전히 ‘풍랑’이 아니라 ‘일상의 사소함’에도 어찌나 마음이 쉽게 동요되는지, 마치 우왕좌왕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저에게서 보게 되는 듯합니다. 저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복음 내용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바람을 꾸짖으신 다음 호수에게도 잠잠하라고 말씀하셨을까요? 호수가 출렁이게 된 것은 바람 때문이니 바람만 꾸짖으시면 호수는 자동으로 잠잠해질 텐데 말이죠. 그러던 중 문득 어떤 깨달음이 떠올랐습니다. 호수를 보고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저 자신에게도 해당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수를 제 마음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면 ‘제 주변의 환경이 저를 이리저리 휘둘러대더라도 저의 마음을 거기에 따라 동요시키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예수님께서 주무시던 장면을 다시 떠올리니 마치 저에게 말과 행동, 두 가지 방법으로 깨우침을 주시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이 고요해진다면 주변 환경도 전처럼 저의 고요함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복음은 예수님의 말씀을 덧붙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결국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믿음에 대하여 가르쳐주고 계심을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었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여 풍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의 믿음은 아직 부족합니다. 제자들의 믿음은 나중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뒤에 그분이 진정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깨달으면서 한 차원 더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제자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예수님께 의탁하며 순교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을 증언하게 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믿음의 문제를 저에게로 향해 봅니다. 복음서 다른 곳에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17,5)하고 청하였던 것을, 이제 저를 위하여 청해보려 합니다. “예수님, 저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풍랑 속에서는 아니더라도 일상 안에서 언제나 예수님 안에 머물며 ‘절대 고요’를 저도 누릴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 주십시오.” 아멘.
전흥준 미카엘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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