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녀의 잉태 : 출산 이전의 동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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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26회 작성일 21-04-06 21:53본문
- 사진설명 : 시모네 마르티니(Simone Martini, 1284?~1344)의 ‘주님 탄생 예고’(수태고지, Annunciation, 1333,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예수님이 한 아이를 열두 제자들 가운데 세우신 후, 다음과 같이 말하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마르 9,37)
전설에 따르면 예수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이 꼬마가 바로, 훗날 안티오키아의 주교가 되는 성 이냐시오(Ignatius, ?~107)다.
나이 여든을 넘긴 이냐시오 주교가 지금 로마로 압송되어 가고 있다. 사형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그는 두렵지 않았다. 다만,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신앙 공동체를 두고 떠나려니 걱정이 앞섰다. 당시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던 교회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위태롭게 보이는 상황이었다. 예수님은 승천하셨고, 예수님과 함께 식사를 나눴던 사도들도 모두 세상을 떠났다.
이냐시오는 마음이 급했다. 자신이 죽기 전에 교회의 틀을 잡아야 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단들도 문제였다. 고민하던 이냐시오는 각 지역 신자들에게 편지를 쓰기로 한다. 그는 그렇게 죽음을 앞두고 가톨릭 신앙의 정초를 놓는 위대한 작업을 해낸다. 그의 편지들 중 마리아와 관련한 주요 내용을 이곳에 옮겨 본다. 서기 100년을 막 넘긴 시점에 작성된 글이다.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참으로 동정녀에게서 나셨고’ … 그 육신으로 본시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우리를 위하여 참으로 못박히셨고 … 참으로 수난하시고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이 세상 통치자는 ‘마리아의 동정성’과 출산을 몰랐으며 주님의 죽음도 몰랐습니다. 이 세 가지 빛나는 신비는 하느님의 침묵(신비) 속에서 이뤄졌습니다.”(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여기서 우리는 이냐시오 성인이 이미 마리아를 동정녀로 고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초기 신앙 공동체는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직후부터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신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오로지 성령의 힘으로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 잉태되셨다고 고백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96 참조) 그들은 이 계시를 믿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셨고, 성령에 의해 동정 마리아에게 태어나셨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게 ‘동정녀 마리아’는 ‘교회의 보편적 신앙’으로 자리 잡는다.
계시된 성경 또한 동정녀 마리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천사가 마리아께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알렸을 때, 마리아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라고 묻는다. 동정이었던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자 천사는 이렇게 말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37)
동정 잉태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요셉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천사는 요셉에게 그의 약혼자 마리아에 대해서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마태 1,20)하고 일러준다.
이와 같은 복음서의 이야기들은(마태 1,18-25; 루카 1,26-38) 동정 잉태를 모든 인간적 이해력과 가능성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업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동정으로 아이를 잉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자체로 하느님의 전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전능하시기에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를 가능하게 하실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하느님께서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 하신 약속 곧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이사 7,14를 그리스말로 번역한 마태 1,23)고 한 말씀은 성취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497항 참조)
그래서 우리는 미사 때 마다 다음과 같이 신앙을 고백 한다.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께 잉태되어 나시고….”(사도 신경)
“성령으로 인하여 동정 마리아에게서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셨음을 믿나이다….”(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
신앙 내용을 요약한 신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뒤에 신적 계시의 은총을 통해 형성된 것이다. 동정 잉태에 관한 신앙 고백은 특히 공의회들을 통하여 반복하여 이루어졌다. “하느님이신 말씀을 남자의 씨앗에서가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하셨으며…”(라테라노 공의회, 649년)
초기 교회가 고백했고,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오 주교가 가르쳤다.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고백은 이후 2000년 교회 역사 안에서 생생히 살아 숨 쉬며 지금까지 이어 내려오고 있다. 그렇게 교회 역사 안에서 마리아의 동정성은 하느님 신비의 표징이었으며, 성령으로 잉태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메시아임을 증명하는 징표로 이해되었다.
그런데 교회는 마리아의 출산 전 동정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출산 중, 그리고 출산 후에 이르기까지 ‘평생 동정’(Aeiparthenos, ἀειπάρθενος)을 가르친다.
김광수 요한보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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