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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3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담화 -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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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54회 작성일 23-08-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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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정의와 평화를 흐르게 하여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어둠 속에서 아침 햇살이 번지고,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며, 들판에 곡식이 익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새삼 삶의 소중함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피조물의 일부이면서 우리를 둘러싼 피조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결은 세상과 우리 주위의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늘 기억하고 행동하도록 우리를 일깨웁니다. 2023년 창조 시기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과 공유하시고자 하는 주제는 “정의와 평화를 흐르게 하여라”입니다. 이것은 구약의 아모스 예언서(5,24)에서 영감을 받은 말씀입니다. 정의는 ‘윤리적인 덕으로서, 마땅히 하느님께 드릴 것을 드리고 이웃에게 주어야 할 것을 주려는 지속적이고 확고한 의지’(『가톨릭 교회 교리서』, 1807항 참조)입니다. 현재 기후 위기의 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요구되는 정의는 인류 공동체를 넘어,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피조물에게도 가져야 할 근본적인 태도이기도 합니다.


세계 기상 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에 따르면 올해 7월 첫 주의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같은 기간 중 가장 높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 WMO 사무총장은 “극단적인 기상이 보건, 생태계, 경제, 농업, 에너지, 물 공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가능한 한 빨리 대폭 줄여야 하는 시급성을 보여 준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여름 폭우, 홍수, 산사태, 침수로 많은 희생과 피해를 겪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정을 둘러보아도 기후 위기에 지구촌 어디에서도 안전한 곳이 없음을 실감합니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이 공동의 집을 부당하게 다룬 결과는(⌜찬미받으소서⌟, 53항 참조) 우리에게 홍수, 가뭄, 산불, 산사태, 해안 침식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이는 식량 위기, 기후 난민의 증가 등 생존에 직결된 문제와 더불어 경제적 정치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진 ‘생태적 빚’은 결국 우리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우리 공동의 집을 치유하고 그 집이 다시 한번 생명으로 충만하게 되도록 우리 마음의 변화, 우리 생활 양식의 변화, 공공 정책의 변화를 결의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온 인류는 ‘생태적 회개’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우리에게 권고하신 ‘생태적 회개’는 피조물을 더 이상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창조주께 받은 거룩한 선물로 소중히 여기며 피조물과 이루는 관계를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현재와 미래의 형제자매들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 자신과의 관계는 환경을 대하는 통합적 접근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2023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 담화 참조).


우리에게 시급한 앞서 말한 세 가지 변화를 이루려면 우리가 진 생태적 빚을 깊이 성찰하여야 합니다. 더 나아가 개인 생활과 사회생활에서 특정한 덕의 실천이 약화될 때 환경의 불균형을 비롯한 많은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곧 ‘건전한 겸손’과 ‘행복한 절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이루기 힘들 것입니다(⌜찬미받으소서⌟, 224항 참조). 이 두 가지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아무도 내적 평화 없이 절제의 길을 걸으며 만족한 삶을 살 수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내적 평화는 경탄의 능력과 함께 우리 삶의 깊이를 찾아 주며, 이는 조화로운 생활 양식에 반영됩니다(⌜찬미받으소서⌟, 225항 참조). ‘생태적 회개’에 대한 초대는 나의 마음과 생활 양식을 변화시키며, 내적인 덕을 실천하게 하고, 나를 둘러싼 피조물과 맺는 관계를 변화시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에 대한 경건함은, 피조물을 가족이나 친족처럼 대하는 방식으로, 그의 경탄의 능력과 함께 조화로운 생활 양식의 모범입니다. 이 태도는 피조물에 대한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능력이었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 주는 물이 수많은 개울과 시내를 이루고, 강물을 만들어 바다로 흘러가듯, 우리 각자의 ‘생태적 회개’가 여러 시내를 이루고 강물을 만들어 ‘생태적 회개의 바다’를 이루기를 소망합니다.


올해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국제 연합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8) 정상 회담에 모일 세계 지도자들이 이 급변하는 기후 위기 시대에 올바르게 대응하기를 바랍니다. 파리 기후 협약(COP21)을 거스르는 화석 연료 기반 시설의 계속적 추구와 확대를 중단하고 이를 억제하여 공정한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 또한 탈석탄법 제정을 비롯한 지속 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고자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 내야 합니다. 4대강의 재자연화와 설악산 국립 공원을 포함한 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책임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자연과 피조물에 대한 적절한 태도를 가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계속해서 정의롭지 못한 부담과 생태적 빚을 남기게 됩니다.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속 가능한 곳으로 변화시키고자 기도하는 이 창조 시기에 모든 그리스도인의 진심 어린 생태적 회개가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아울러 우리의 미약한 보속이 공동의 집인 지구에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리의 성령께서 이 공동의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시고 우리 각자에게도 하느님과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더욱더 키워 주시기를 청합시다. 그리하여 피조물에 대한 정의가 강물처럼 이 세상에 끊임없이 흐르게 합시다.


 


2023년 9월 1일

창조 시기를 시작하며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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