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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 2023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 담화 -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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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88회 작성일 23-07-2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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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2023년 9월 1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정의와 평화를 흐르게 하여라.” 이는 올해 교회 일치적으로 지내는 창조 시기의 주제로, 아모스 예언자의 말씀인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아모 5,24)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아모스의 이 의미심장한 표상은 하느님께서 무엇을 바라시는지를 우리에게 일러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정의가 다스리기를 원하십니다. 물이 우리 육신의 생존을 위하여 필요한 것처럼, 정의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닌 자녀로서의 우리 삶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정의는 땅속 깊이 감추어지거나 양분이 되기 전에 증발해 버리는 수분처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자리 어디든 흘러들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의로워지고자 또 하느님의 법에 따라 살아감으로써 생명을 꽃 피우고자 노력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하느님, 인류, 자연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면서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을 때에’(마태 6,33 참조) 정의와 평화는 인류와 모든 피조물을 살찌우면서 결코 마르지 않는 맑은 강물처럼 흐를 수 있습니다.


2022년 7월의 어느 아름다운 여름날, 캐나다 순례 중에 저는 앨버타 지방의 락 세인트 앤 호숫가에서 이에 대하여 성찰하였습니다. 이 호수는 여러 세대에 걸쳐 원주민의 순례지가 되어 왔습니다.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저는 생각하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마음이 삶의 무게에 짓눌린 채 초조한 갈망을 품고 여기에 모였으며, 위로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이 물가에서 얻었던가요! 우리는 또한 이곳에서 피조물 안에 침잠하여 또 다른 박동 곧 어머니 지구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머니 태 안에서 아기의 심장이 어머니의 심장과 조화롭게 뛰듯이, 우리가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피조물의 리듬과 우리 생명의 리듬이 조화를 이루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1)


올해 창조 시기에는 그러한 심장 박동들에 머물러 봅시다. 우리 자신의 심장 박동, 우리 어머니들과 할머니들의 심장 박동, 피조물의 심장 박동, 하느님의 심장 박동에 머물러 봅시다. 오늘날 이 심장 박동들은 조화롭게 뛰지 않습니다. 정의와 평화 안에 화합을 이루지도 못합니다. 수많은 우리의 형제자매가 그 위대한 강에서 물을 마시지 못하게 가로막힙니다. 환경과 기후 불의에 희생당한 이들 편에 서라는 부르심, 피조물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전쟁을 종식하라는 부르심에 귀 기울입시다.


이러한 무분별한 전쟁의 영향은 메말라가고 있는 수많은 강에서 볼 수 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언젠가 이렇게 단언하셨습니다. “내적인 광야가 엄청나게 넓어져서 세계의 외적인 광야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2) 이기적인 마음들이 부채질한 소비주의자들의 탐욕은 지구의 물 순환을 망치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를 거리낌 없이 태우고 숲을 파괴하는 일은 큰 폭의 기온 상승을 부추기고 대규모 가뭄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심각한 물 부족은 작은 시골 공동체에도 큰 대도시에도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약탈 산업들이 원유와 가스 추출을 위한 시추, 규제 없는 대규모 채굴 사업, 집약적인 가축 농장과 같은 극단적 폐단을 통하여 담수의 원천을 고갈시키고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말한 ‘누이인 물’이 강탈당하여 “시장 논리에 지배되는 상품”(「찬미받으소서」, 30항)으로 전락하였습니다.


국제 연합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를 위한 시급한 행동이 더욱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 기회를 놓치지 않게 보장할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 우리는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고 또 막아내어야 합니다. 우리도 미래 세대를 위하여 우리의 놀라운 별 지구와 인류 가족의 생명에 물을 대려고 수많은 개울과 시내와 개천처럼 마침내 하나의 위대한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습니다”(「찬미받으소서」, 180항). 그러므로 온 땅에 정의와 평화가 흐르도록 우리 서로 손을 맞잡고 용기 있는 발걸음을 내딛읍시다.


이번 창조 시기에 우리는 정의와 평화가 흐르는 위대한 강을 이루는 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특히 그리스도인 공동체로서 우리는 우리 공동의 집을 치유하여 그 집이 다시 한번 생명으로 충만하게 하기 위하여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마음생활양식, 그리고 우리 사회를 다스리는 공공 정책들을 변화시키기로 결의함으로써 우리는 이를 행동에 옮겨야 합니다.


첫째, 우리 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이 위대한 강에 합류합시다. 이는 다른 모든 변화를 이루는 데에 필수입니다. 또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우리에게 받아들이라고 권고하신 “생태적 회개”, 곧 피조물을 더 이상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말고 창조주께 받은 거룩한 선물로 소중히 여기기 위하여 피조물과 이루는 관계를 새롭게 하는 것을 뜻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환경을 존중하는 통합적 접근이 네 가지 관계를 포함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곧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 현재와 미래의 형제자매들과 이루는 관계, 자연 만물과 이루는 관계, 우리 자신과 이루는 관계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께서는 이러한 관계들에서 먼저, 창조와 구원이 불가분의 관계를 지닌다는 사실을 시급히 인식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구세주께서는 창조주이십니다. 그리고 우리가 위엄이 충만하신 창조주이자 구세주 하느님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구원의 가치 또한 훼손하는 것입니다.” 창조는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지구와 우주를 무(無)에서 창조하신 하느님의 신비롭고 위대한 창조 활동과 그 활동의 지속되는 결과를 모두 일컫습니다.3)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 창조 활동의 지속되는 결과를 마르지 않는 선물로 체험합니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창조하신 위대한 예술가를 “피조물이라는 위대한 대성전”4) 안에서 전례와 개인 기도를 바치면서 기억하고, 우주를 창조하기로 하신 그 사랑 어린 결정의 신비에 관하여 묵상합시다.


둘째, 우리 생활양식을 변화시킴으로써 이 위대한 강이 흘러가는 데에 이바지합시다. 창조주와 그분의 피조물에 대한 감사와 경외에서 출발하여, 저의 형제인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께서 촉구하셨듯이 우리의 “생태적 죄”를 회개합시다. 이러한 죄는 자연계에도 우리 인간에게도 해를 끼칩니다. 하느님 은총에 힘입어, 쓰레기와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생활양식을 채택합시다. 상품 생산 과정이 독성을 퍼뜨려 지속 가능하지 않은 곳에서는 특히 그렇게 합시다. 우리의 습관과 경제적 결정에 관하여 최대한 주의를 기울입시다. 그리하여 우리 동시대인이 있는 곳 어디든 모두가 함께 그리고 미래 세대까지 번영할 수 있게 합시다. 긍정적 선택을 통하여, 곧 적절한 자원 사용과 기쁜 마음으로 하는 절제, 폐기물의 처리와 재활용, 생태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유용한 재화와 용역 활용의 극대화 등을 통하여 하느님의 지속적인 창조에 협력합시다.


끝으로, 위대한 강물을 끊임없이 흐르게 하려면 우리 사회를 다스리며 현재와 미래 젊은이들의 삶을 구성하는 공공 정책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소수 특권층에게는 파렴치하게 부를 늘려 주고 다른 많은 이에게는 열악한 상황을 조장하는 경제 정책은 평화와 정의의 종말을 불러옵니다. 갚아야 할 “생태적 빚”(「찬미받으소서」, 51항)을 부유한 나라들이 쌓아 왔다는 사실은 자명합니다.5) 오는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국제 연합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정상회담에 모일 세계 지도자들은 과학에 귀를 기울여 화석 연료 시대를 종말 짓는 빠르고 공정한 전환을 이루어야 합니다.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파리 협약의 약속에 따르면, 화석 연료 기반 시설의 지속적 추구와 확충을 허용하는 일은 언어도단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르는 최악의 결과를 짊어져야 할 가난한 이들과 우리 자녀들을 향한 이러한 불의를 중단하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높입시다. 저는 선의를 지닌 모든 이에게 호소합니다. 사회와 자연을 바라보는 이러한 관점에 맞갖게 행동합시다.


또 하나의 비슷한 관점은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가톨릭 교회의 임무와 연관됩니다. 올해 10월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축일은 창조 시기 폐막일인 동시에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시노드의 개막일이 될 것입니다. 무수히 많은 개울과 시내와 개천이 키워낸 자연의 강들처럼, 2021년 10월에 시작된 시노드 과정은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나 참여하는 모든 이를 성찰과 쇄신이라는 하나의 장엄한 강으로 융합되도록 초대합니다. 하느님 백성 전체는 시노달리타스 대화와 회개에 깊이 들어가는 여정으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교회는 수많은 크고 작은 지류들이 딸린 강 유역처럼 같은 물을 공유하며 길어 올리는 무수한 지역 교회들, 수도 공동체들, 단체들의 친교입니다. 각각의 원천은 하느님의 사랑 넘치는 자비의 광대한 대양으로 모두 함께 흘러 들어갈 때까지 각자 고유하며 대체할 수 없는 몫을 보탭니다. 하나의 강이 그 강 주위에 생명의 원천이 되는 것과 같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우리 교회도 우리 공동의 집과 그 집에 사는 모두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온갖 종류의 동식물의 삶에 생명을 주는 강물처럼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는 교회가 가 닿는 모든 자리에 정의와 평화의 씨를 뿌림으로써 생명을 주어야 합니다.


2022년 7월에 캐나다에서 저는, 예수님께서 많은 이에게 치유와 위로를 베푸시고 “사랑의 혁명”을 선포하셨던 갈릴래아 호수에 대하여 언급하였습니다. 락 세인트 앤 또한 치유와 위로와 사랑의 자리라는 사실을 저는 알았습니다. 또한 이 자리는 “멀리 떨어진 이들을 하나 되게 하는 형제애는 참되다는 사실을, 그리고 천상에서 지상으로 보내는 일치의 메시지는 서로의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편 모두가 함께 재출발할 수 있도록 우리를 우애로, 곧 서로 다름의 친교로 초대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우리는 모두 지상 순례자이기 때문입니다.”6)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로서 함께 시노드 여정에 나선 우리는 이번 창조 시기에 우리 공동의 집이 다시 한번 생명으로 충만하도록 살아가고 일하며 기도합시다. 성령께서 다시 한번 물 위를 감돌아, “땅의 얼굴을 새롭게 하는”(시편 104[103], 30)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2023년 5월 13일


프란치스코



1) 프란치스코, 캐나다 락 세인트 앤(Lac Ste. Anne)에서 한 미사 강론, 2022.7.26.


2) 베네딕토 16세, 교황 즉위 미사 강론, 2005.4.24.,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34호(201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5면.


3) 베네딕토 16세, 브레사노네 주교좌 성당에서 가진 대담, 2008.8.6.


4) 프란치스코, 2022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2022.7.21.,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67호(2023), 12면.


5) “현실적인 ‘생태적 빚’은 특히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업적 불균형, 그리고 특정 국가들이 장기간에 걸쳐 천연자원을 지나치게 이용한 사실과 관련됩니다”(「찬미받으소서」[Laudato sì], 51항).


6) 락 세인트 앤에서 한 미사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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